전업투자에 대한 단상
조물주 위에 건물주 라고 했던가.
요즘 모든 직장인들의 궁국적인 희망은 임대사업자로 힘들게 일하지 않고도 노후를 보장받는 것일 듯 싶다.
직장에서 일, 상사, 고객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심하지만, 불안정한 Job Security로 인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몇 배는 더 큰 듯하다. 예전에는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만나면 주로 골프 얘기, 자녀 교육 얘기 등이 주로 술자리의 화제였는데 요즈음은 남은 인생의 후반부를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느냐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다.
임대사업자로 가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으로서 전업투자자를 꿈 꿨던 적이 있었다. 열심히 일해서 시드머니를 한 5억 쯤 마련하면 과감하게 직장을 때려치우고 연 10%의 수익만 내도 아껴 쓰면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.
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10년전 리만 브라더스 사태를 겪으며 산산히 깨졌다. 아무리 멘탈이 강해도 폭락장을 온 몸으로 버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. 몇 개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잔고는 회복되었지만 심리적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. 이 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은 그 금액 자체보다도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었다. 만약 이 월급이 없었다면 어쩌면 나도 그 시간을 버티지 못했을런지도 모른다.
직장과 월급이 주는 효과는 이것 말고도 또 있다. 월급에 합당한 노동을 회사에 제공하기 위해 일하다 보면 당연히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.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수익률과 비례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직장을 때려 치고 전업투자의 길을 가겠지만, 내 경험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모니터의 숫자를 오래 보고 있을 수록 자신의 투자 원칙에서 벗어난 합리적이지 못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훨씬 커지고, 결코 수익률도 더 높지 못했다.
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경쟁력을 회사에서 필요로 할 때까지는 직장을 다니며 봉급생활자로 살며, 투자를 병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. 전업투자자 또는 임대사업자의 삶은 그 이후에 고민해 볼 생각이다.